[책 후기] 흰 - 한강
한강 작가님이 노벨 문학상을 타게 된 소식을 접하고 난 뒤에 여기저기서 한강 작가의 책을 구하고 읽고 있다는 얘기들이 들렸다. 나는 사실 기존에 소설 이라고 한다면 추리 소설이나 SF 소설 등을 주로 읽었어서 한강 작가의 책을 읽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막상 노벨 문학상 소식을 듣고 나니까 어떤 책을 쓰셨고 어떻게 쓰셨는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해서 어떤 책을 읽을지 찾아보던 중에 회사 동아리 에서 '흰' 책을 다같이 읽어보는 활동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한강의 소설들 중 '흰' 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처음에 책을 한번 훑어봤을때는 크게 '나', '그녀', '모든 흰' 이라는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한, 두페이지 짜리의 소제목으로 구성된 짧은 소설 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시집 이나 단편 소설 집 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관련 인터뷰 자료를 확인해 보니 자전적 이야기가 어느정도담겨 있는 소설이라고 한다. 내 개인적인 선입견으로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은 단어나 말이 어렵고 숨겨진 뜻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책의 시작 부분을 가볍게 읽어 보고 나서는 그 선입견이 사라지게 되었다. 문장들이 꽤나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연결되어 있어서 나 처럼 많이 접하지 못한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흰』은 한강의 자전적 이야기가 어느 정도 담겨 있는 소설이다. 한강이 얼굴도 본 적 없는 죽은 언니를 떠올리며 느낀, 이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 혼(魂)에 대한 상념이 ‘흰’ 이미지들과 함께 표출된다." - (참고)
'흰' 책은 정말로 세상 모든 '흰' 것들을 나열 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생각한 흰 것들이라고 하면 눈, 빛, 우유 정도 일텐데 책에서 나열된 흰 목록들을 보면 "흩날린다", "고요", "안개" 등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단어들도 있었다. 이런 흰 것들에 대한 느낌이나 연상되는 모습, 스토리가 짧게 짧게 이어져 있는데, 신기했던 점은 처음에는 몰랐지만 읽다 보니 이런 짧게 구성된 내용 들이 결과적으로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한강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 이라는 것을 알고 난 다음에 보게 되니까,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을 작가님에 대입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전반적으로 읽었을때 느꼈던 점은 죽음이라는 주제에 되게 밀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의 초반 부 에는 태어난지 두시간 만에 죽게된 '나의 언니' 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해서 중간 중간 내용을 보면 작가님은 계속 '이 삶을 계속 지속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해설이나 작가님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실제로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에 가까운 주제로 쓰여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에 초반과 끝 쪽에 등장하는 문장으로 "죽지마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소년이 온다' 한강 소설 책에서도 나오는 문장이라고 한다.
저는 『소년이 온다』를 참혹과 어둠에서 밝음과 존엄으로 가는 이야기라고 믿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흰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소설에서 어린 동구가 엄마의 손을 잡고 기왕이면 해가 비치는 쪽으로 가자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그 대목에서 이 소설이 출발했다고 할 수 있어요. 정리하자면 『흰』 이라는 책은, 저의 내면으로 좀 더 깊게 들어간 책이에요. 밝지만 그 안에 삶과 죽음이 다 들어있는 그런 흰 것에 대해서 썼다고 할 수 있죠. - 출처 (https://m.ch.yes24.com/Article/Details/31058)
'흰' 책을 읽고, 책 마지막에 담겨있는 해설도 읽고 난 후에 느꼈던 점은 '흰' 책은 한강 작가님의 기존 작품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에서 다루었던 주제를 한번 더 함축 시킨 주제로 담겨진 책이 아닐 까 싶다. 이 책의 해설 에는 '어떻게 인간적인 삶을 껴안을 수 있는가?' 라는 주제로 한강작가님의 지금까지의 책들을 쭉 살펴 보며 해석되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해설을 읽다보니 인간적인 삶 이라는 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살상을 하는 잔인한 존재’ 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년이 온다', '바람이 분다, 가라' 라는 책에서 모두 '내가 정말 인간을 믿는가, 인간을 껴안을 수 있는가, 이미 나는 인간을 믿지 못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이제 와서 인간을 믿겠다고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 들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런 해설들을 보고 나니까 '흰' 책에서 나왔던 표현들, 이 삶을 계속 해야 할까 하는 고민들 자체가 인간적인 삶을 부정하면서 본인도 인간인 것에 대한 힘듦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개인 적으로 이 책의 근본이 되었던 '소년이 온다' 라는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