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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023 지리산 후기

by hayz 2023. 11. 24.

올해 여름에 회사 친구들과 놀다가 갑자기 지리산 얘기가 나오게 되었다. 그중에 산을 좋아하고 지리산을 가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지리산을 가자고 했다.  그렇게.. 다같이 갑자기 지리산을 가게 되었다. 한 8월쯤 약속을 했는데, 지리산 가는 날짜는 10월 말로 정하게 되었다. (각자 바빠서 되는날이 그날.. 이었나?) 

 

사실 한 8월이 다 갈때 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근데 점점 시간이 다가오면서 아 지리산 이거 할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기 시작했다. 

또 혼자가거나 가족이랑 가는것도 아니고, 친구들이랑 가다 보니까 너무 민폐면 안될거 같아서 좀 훈련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때부터 이리저리 .. 집근처 산도 조금씩 다니고 운동도 하고, 등산 바지와 등산화 까지 샀다. 

 

지리산 가기 2주전에는 연속으로 이틀 등산을 가기도 했다. 마니산 갔다가 광교산 갔다가~ 그러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감기에 걸리고 ㅠ 지리산 가기 바로 전주에 몸이 너무 안좋아졌다. 근데 아픈 와중에도 드는 생각은 지리산을 갈수 있을까 생각만 들었다. 회사 회식을 하면서 지리산 가게 되었다고 얘기를 하니, 거기 얼마나 빡센지 아냐고..  함부로 갔다가 큰일난다 이런 얘기들을 해주셔서 겁이 많이 들었었다. 

 

어찌저찌 하다보니 드디어 지리산 가는 당일 친구 집에 밤 12시에 다 모여서 차를 빌려서 6명이서 다같이 지리산으로 출발했다. 함양? 지리산 출발 지인 백무동에 도착하니 새벽 4시쯤 되었다. 분명 일출을 보는 것도 목표중에 하나였는데, 이미 좀 늦은 거 같긴 했다. 도착을 해서 새벽이니까 춥겠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껴입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근데 오르다보니 너무 더워서 하나씩 벗었음..) 새벽이라 아무것도 안보여서 각자 챙겨온 헤드랜턴도 키고 진짜 앞이 하나도 안보이고 후레시로 보이는 내 발 밑만 보고 걸었다. 초반 코스는 끝없는 계단이라 정말 아무생각없이 끝없이 한 2시간 정도를 걸었다. 나중에는 진짜 그냥 아무생각 하지 말자.. 라는 생각으로 걸었다. 얼마 남았지를 생각하는 순간 끔찍해서 ㅠㅠ 그렇게 걷다보니 2시간 정도 지난 부분 (소지봉) 에서 부터 코스가 조금은 완만해 졌다. 그때부터는 그나마 괜찮게 올라갔고  가다보니 장터목 산장의 지붕이 점점 보였다. 그 지붕만 보고 진짜 한 30분 가니,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다. 도착했을때가 8시 쯤 되었다. 

 

아래는 장터목에서 찍은 사진 ㅋㅋ 풍경은 진짜 좋았다. 

 

 

그러고 장터목에서 챙겨온 전투식량으로 식사를 했다. 배고플때 먹으니 맛있었는데, 아쉽게도 앉아서는 못먹고 서서 먹어야 했다. 4시간을 걸었는데 또 서서 있으려니 죽을뻔했지만.. 일단 먹어야 하니까 ㅠㅠ 그러고 진짜 천왕봉을 가야 할까 가는게 좋을까 엄청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다시 천왕봉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천왕봉까지의 길은 꽤나 완만한 길들이였어서 1시간 반정도 소요되었던거 같은데 금방 올라갔다. 막상 천왕봉에 올라가니 기분도 좋고 뿌듯하고 풍경이 너무 이뻤다.. 이래서 지리산 오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애들도 많았어서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뛰어댕김 ㅜ 

 

정상에서 좀 놀고 다시 장터목으로 돌아와서 이번엔 제대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가져온 라면과 고기를 궈먹고 (지라산은 이렇게 해먹을수 있는게 좋았다. 물도 나오는것도 좋고) 배를 엄청 채우고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실 원래 코스대로 하면 세석 대피소를 거쳤다가 내려가는게 목표긴 한데,  너무 오래걸릴거 같고 다들 힘들어해서 그냥 왔던대로 돌아가자 해서 백무동으로 바로 내려가는걸로 바꿨다. 

하 내려가는게 올라가는것보다는 힘은 덜들겠지 하는 생각으로 내려가는데, 진짜 쉽지 않았다. 바닥은 미끄럽고.. 돌은 험하고 내려갈때마다 발목이 이리저리 꺾이고 근데 아무리 내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게 정말 무서웠다. 내가 이길을 어떻게 올라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가다가 쉬다가 가다가 쉬다가 반복하다보니 조금씩 고지가 보였고, 진짜 다왔다를 한 2시간 정도 외치니 진짜 도착했다. 

도착했을때는 살아서 돌아왔다는것에 참 다행이었다. 이제 끝났다 라는 느낌..ㅋㅋㅋ 다들 죽기전의 상태로 다시 차타고 올라왔다. 

 

 

이렇게 지리산 한번 다녀오니, 한번 더 갈 수 있겠는데 하는 이상한 자신감이 생겨서 올해 말 12월 말에 한번 더 아빠와 지리산을 가기로 약속했다.  분명 .. 이번에 지리산 올라가면서 다신 당분간은 오지 않겠다 다짐했는데 ㅠ 또 내려오니 맘이 바뀌었다.. 이제 연말의 내가 또 다신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겠지 

 

코스: 백무동 -> 장터목 -> 천왕봉 -> 장터목 -> 백무동 (오전 4시 출발, 오후 5시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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